1. 실리콘 시대를 넘어서: 새로운 반도체 자원의 필요성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반도체는 실리콘(Si)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지만, 고속 연산, 고온 환경, 저전력 동작 등 AI가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하기에는 실리콘의 물리적 특성이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차세대 반도체 소재, 즉 게르마늄(Ge), 갈륨(Ga), **탄화규소(SiC)**입니다. 이 자원들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AI 반도체의 성능, 내구성, 효율성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는 이제 '어떤 알고리즘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원으로 구현하느냐'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2. 게르마늄(Ge) – AI 고속 연산의 동맥
게르마늄은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성이 뛰어난 반도체 소재로, 고속 신호 전송과 저전력 동작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간의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한 광통신 레이저 및 수신기에서 게르마늄 기반 광소자가 적극적으로 사용됩니다.
- 대표 용도: 고속 로직 회로, 이미지 센서, 광섬유 통신 모듈
- AI 연관성: 서버 간 고속 인터커넥트, AI 연산처리 속도 향상
- 기술적 장점: 실리콘 기반 CMOS 공정과 호환되어 대량 생산 용이
- 공급 리스크: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중국이 2023년부터 수출을 규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확대
게르마늄은 AI 시스템의 '신경망'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핵심 자원입니다.
3. 갈륨(Ga)과 갈륨나이트(GaN) – AI 서버의 전력 효율을 높이다
갈륨은 고온에서 안정적이고 전력 손실이 적은 특징이 있어 전력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갈륨나이트(GaN)는 기존 실리콘 대비 전력 변환 효율이 높아, 고출력 AI 서버와 전기차 전력 시스템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 대표 용도: AI 서버 전원공급장치, 전기차 충전 모듈, 5G 기지국, 고출력 통신 장비
- AI 연관성: GPU·TPU 기반 서버는 높은 전력을 소비하며, GaN은 이를 고효율로 제어 가능
- 기술적 특징: 고속 스위칭, 소형화, 고온 안정성 확보 가능
- 공급 현황: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 수출 제한으로 인해 미국과 EU는 공급망 다변화에 주력 중
GaN은 AI 서버의 '전기 심장'으로서, 전력 소비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핵심 소재입니다.
4. 탄화규소(SiC) – 고온에서도 견디는 AI의 버팀목
탄화규소(SiC)는 기존 실리콘보다 높은 내열성과 전력 밀도를 지닌 소재로,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특성이 강점입니다. 전기차, AI 서버, 방위 산업 분야 등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대표 용도: 전기차 인버터, AI 서버 전력 회로, 고온 산업 제어 시스템, 위성통신 부품
- AI 연관성: 대규모 연산이 지속되는 서버의 전력 안정성과 냉각 효율 향상
- 국내 기술 현황: SK실트론은 SiC 웨이퍼를 국내에서 양산 중이며, 국내 기업의 투자와 R&D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
- 기술 트렌드: 내열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갖춘 고신뢰 전력 반도체 개발이 가속화됨
탄화규소는 AI 하드웨어의 지속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말 그대로 시스템의 '지속성 엔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글로벌 공급망과 자원 확보 경쟁
2025년 현재, 게르마늄, 갈륨, 탄화규소는 단순한 원재료를 넘어 기술패권과 경제안보의 중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KIGAM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생산 및 공급 현황이 주목됩니다:
🌍 주요 생산국 및 리스크
- 게르마늄: 중국(60% 이상), 독일, 러시아. 수출 규제로 인한 가격 불안정 심화
- 갈륨: 중국(80% 이상), 독일, 카자흐스탄. 2023년 이후 중국 수출 통제로 글로벌 긴장 고조
- 탄화규소: 미국·일본·중국 주도. 한국은 SK실트론을 중심으로 자체 생산 역량 강화 중
💱 거래 구조와 시장 반응
- 대부분 장기계약 기반 공급이지만, 현물 시장 가격 변동성이 점차 확대됨
- 갈륨·게르마늄은 중국의 정책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함
- 탄화규소는 전기차·AI 서버 수요 증가에 따라 지속적 가격 상승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들 자원의 공급 불안정은 AI 반도체의 생산 일정과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은 자국 내 소재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은 탄화규소를 제외한 게르마늄·갈륨에 대한 중장기 수급 전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6. 이 자원들이 중요한 이유
AI 기술은 코드와 알고리즘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그것을 구동하는 물리적 구조물, 즉 하드웨어와 소재가 없다면 기술은 현실화되지 않습니다.
게르마늄은 AI의 '신경망', 갈륨은 '심장', 탄화규소는 '근육'처럼 작동하며, 각각이 AI 시스템의 핵심 기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이 자원들이 없다면, AI는 속도도, 안정성도, 효율성도 확보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이 자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국가는 기술 패권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입니다.
"AI의 두뇌는 알고리즘이지만, 그 뼈대는 바로 이들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의 AI 경쟁은 데이터와 연산만이 아닌, 소재와 자원의 확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경쟁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자원들을 단지 '부품 재료'가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자원으로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