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8) – 네덜란드: AI와 복지의 일상화 실험

네덜란드: AI와 복지의 일상화 실험
네덜란드: AI와 복지의 일상화 실험

2025년 네덜란드 최신 사례 분석 및 정책적 함의

네덜란드는 유럽 복지국가 중에서도 특히 기술 수용성과 정책 실험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됩니다.

 

고령화의 가속화와 복지 인력의 구조적 부족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네덜란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복지 시스템 전반에 통합하려는 장기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인간 중심의 복지 구조’를 재구성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자,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이러한 접근은 노인 돌봄, 지역사회 통합, 의료 예측, 정서 관리, 그리고 디지털 문해력 향상 등 복지의 전 영역에 걸쳐 실험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각 단계에서 성과 및 교훈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정책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 AI 돌봄 로봇의 정서·인지 통합 모델

네덜란드의 대표적 돌봄 로봇 '스파키(Sparky)'와 '카레(Karé)'는 감정 기반 AI 기술과 인지 자극 알고리즘을 융합한 고령자 맞춤형 시스템입니다. 이들은 표정·음성 톤·대화 맥락·행동 속도 등의 다중 감지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우울감, 외로움, 인지저하 등의 지표를 추적합니다. 필요 시에는 사전 설정된 의료 네트워크 또는 가족 보호자에게 자동 경보를 전송하며, 일정 수준의 상황 판단 기능도 내장되어 있어 단순한 반응을 넘어선 보조적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언어 생성 기술을 활용하여 노인의 관심사, 가족 이야기, 과거 경험 등을 기반으로 맞춤형 대화를 유도함으로써 사회적 고립감과 정서적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2025년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해당 로봇은 이미 전국 50개 이상 지자체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고립도 감소와 자발적 의료 수용성 증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초기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러한 로봇의 정서적 기여는 단순한 자동화 기술의 범주를 넘어, ‘기술적 공감(empatheic automat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실천하는 사례로 간주됩니다.

2. Living Care System: 거주 기반 복지 플랫폼의 진화

‘Living Care System’은 단순한 스마트홈 구현을 넘어서, 주거 공간을 복지 서비스의 확장된 거점이자 데이터 중심 노인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전략입니다. 이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행동 분석 AI, 자연어 인터페이스, 디지털 리마인더, 에너지 사용 추적기 등을 통합한 복합 플랫폼입니다. 그 핵심은 비침습적이고 수용성 높은 감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및 예측 개입 체계입니다.

 

예컨대 화장실 이용 주기, 수면 주기, 식사 패턴, 약 복용 타이밍 등 생활 패턴 데이터가 축적되면, 시스템은 이상치를 자동 탐지하여 경고를 생성하거나, 해당 데이터를 가족, 의료기관, 지역 보건센터 등과 공유합니다. 챗GPT 계열 언어 모델 기반의 자연어 UI가 탑재되어 있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도 감정적 거부감 없이 일상 대화를 통해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네덜란드 보건복지부는 이 시스템을 ‘능동적 예측 돌봄(active predictive care)’의 전환점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전국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40% 이상 보급을 목표로 예산과 기술인프라를 통합 배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시스템 사용자로부터의 정성적 피드백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 지역사회 중심의 AI 기반 복지 예측

기술이 단순히 개인 맞춤형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공공복지 정책의 거버넌스와 실행 과정에 개입하는 지점에서 네덜란드의 전략은 더욱 구조적이고 진보적인 색채를 띕니다. 2024년부터 암스테르담시는 ‘Community-AI Welfare Index(CAWI)’를 도입하여, 지역별 고령자 복지 수요와 커뮤니티 활동 참여율, 서비스 접근성 등을 예측·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이 지표는 통계적 공공 데이터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 분석, 지역 단체의 활동 리포트, 의료 이용 이력, 교통 접근성, 디지털 소외 지수 등을 다층적으로 통합 분석하여, 시정 단위의 정책 우선순위를 자동 추천합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에서는 정서 중심 커뮤니티(예: 정원 가꾸기, 음악 치료)가, 또 다른 지역에서는 인지 훈련형 프로그램(예: 퍼즐 게임, 디지털 문해 교육, AI 활용 교육)이 보다 적극적으로 편성되고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관련 프로그램의 참여율은 전년 대비 평균 26.3% 증가했으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 인구의 시스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실증적 평가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CAWI 모델은 현재 헤이그, 위트레흐트, 흐로닝언 등으로 확대 중이며, 이를 통해 국가 단위의 통합 복지지표 체계 구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이론적 시사점 및 정책적 제언

네덜란드의 AI 복지 시스템은 ‘기술 중심 복지’가 아닌 ‘기술 매개 복지’ 혹은 ‘공감형 기술복지’라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 접근은 기술이 사용자 위에 존재하는 통제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취약성과 감정, 삶의 리듬을 인식하고 이에 반응하는 ‘적응형 복지 매개체’로 기능해야 한다는 철학에 기초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특히 ‘보호’와 ‘자율’이라는 복지의 이중 핵심가치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사용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개입은 사전적·비가시적으로 수행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고령자의 존엄성과 생활리듬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돌봄의 질을 향상시키는 균형점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앞서 있지만, 시민의 신뢰 기반 및 제도적 연계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모델은 공공 기술 생태계 조성과 시민 수용성 확보를 병행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복지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이러한 점은 향후 한국형 스마트 복지 전략 수립에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 정책 모델 요약 표

핵심 모델 특징 요약

정서인지형 AI 로봇 감정 기반 대화 + 인지 모니터링 + 의료 연동 + 맞춤형 관심사 기반 대화 유도
Living Care System IoT + 예측 분석 + 자연어 인터페이스 통합 + 행동 데이터 기반 위험 예측 및 대응
CAWI (Community-AI Welfare Index) 지역별 복지 수요 예측, 자원 재배분, 서비스 편성 자동화 및 평가 기능 포함

 


📌 다음 편 예고: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9) – 핀란드: 데이터 복지국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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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도구’일 때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7) – 덴마크: 예방 중심의 AI 복지국가 실험

덴마크: 예방 중심의 AI 복지국가 실험
덴마크: 예방 중심의 AI 복지국가 실험

핵심 문장 요약: 덴마크는 AI를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는다. 이들은 기술을 복지 시스템의 '철학적 중심'으로 받아들이며, 제도 설계부터 현장 운영까지 전반에 통합하고 있다.


🔍 서론: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 복지 모델로서의 AI

현대 복지국가가 당면한 과제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속 가능한 고령자 돌봄'입니다. 의료비의 증가, 인력 부족, 복잡해지는 노인 질환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얽히면서, 기존의 인력 기반 복지 모델로는 더 이상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덴마크는 기술을 중심에 두되, 단순한 자동화나 효율성 향상을 넘어서 ‘복지 철학의 재구성 도구’로서의 AI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예방 중심 돌봄, 판단 보조 체계, 정책 구조 개혁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덴마크가 어떻게 ‘기술-복지 융합 모델’을 설계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 1. 예방 중심 AI 돌봄 시스템

📌 핵심 요약:

  • AI는 단순히 '관찰'하는 기술이 아니라, 돌봄 시점과 방식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도구다.

🔬 분석: Teton.ai 프로젝트 (네스트베드 시)

Teton.ai는 덴마크의 대표적인 헬스테크 스타트업으로, 이 기업은 비접촉식 모션 감지 및 AI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노인의 일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합니다. 특히 이 기술은 수면의 질, 움직임의 양, 배회 패턴 등을 통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예측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시스템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이 아닌, '문제가 발생하기 전 개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활동량이 줄거나, 취침시간이 급격히 변화한 경우, AI는 이를 위험 패턴으로 간주하고 실시간으로 직원에게 알림을 보냅니다.

해당 사업은 덴마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 AI 구매 사례 중 하나이며, 기존 복지 인프라에 기술을 어떻게 정교하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 케이스입니다.

👉 참고 링크: Health Tech Hub Copenhagen


🧭 2. AI를 통한 의사결정 보조 체계

📌 핵심 요약:

  • 복지의 현장 판단이 직관과 경험에만 의존되지 않도록, AI가 '정량화된 근거'를 제시한다.

🔬 분석: Care AI 프로젝트 (오덴세, 2025년)

덴마크와 독일의 복지 전문가들은 2025년 오덴세에서 개최된 국제 워크숍을 통해 Care AI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되, 인간 중심 판단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AI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 복지 대상자의 건강 정보, 사회적 행동 데이터, 환경 변수 등을 다층적으로 분석
  • 복잡한 상황에서 '돌봄 우선순위' 또는 '긴급 개입 필요성'을 정량적으로 제시
  • 판단 기준을 직원에게 '해석 가능한 정보'로 가공하여 제공

단순한 자동 알림 수준이 아니라, 복지 담당자가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인지 보조 시스템 역할을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는 AI가 단순 대체물이 아니라, 인지 능력의 확장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참고 링크: Danish Life Science Cluster


🏛️ 3. 정책 개혁과 기술 통합

📌 핵심 요약:

  • 복지법 개정은 기술 도입보다 더 중요하다. 법과 제도는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는가'를 결정한다.

🔬 분석: 2025년 덴마크 신복지법

덴마크는 2025년 7월부터 신규 노인복지법을 시행하며, 제도적으로 AI 기술을 복지 시스템에 통합합니다. 해당 법은 세 가지 철학적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1. 자기결정권 보장: 노인은 자신의 삶의 방식과 돌봄 형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2. 현장 자율성 강화: 돌봄 인력이 유연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제도적 여지 제공.
  3. 협력 기반 복지 구조: 가족·지역사회·민간 부문과의 유기적 연계 구조 구축.

AI는 단순히 '서비스 제공 자동화'가 아니라, 복지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루프로 작동합니다. 예컨대, 특정 지역의 서비스 만족도가 낮을 경우, AI는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정책 설계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 참고 링크: Gorrissen Federspiel


🌍 결론: 덴마크형 복지모델의 본질은 '철학적 기술 수용성'

AI가 복지에 도입된다는 사실 자체보다 중요한 건, 그 기술이 어떤 철학과 원칙에 따라 설계되고 운영되느냐입니다. 덴마크는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복지 현장의 맥락, 노인의 존엄, 정책 지속 가능성이라는 조건들을 바탕으로 기술을 '설계하고 조정'해왔습니다.

한국 사회 또한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복지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덴마크형 시스템은 단순히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 **‘철학적 참고 사례’**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입니다.


🔜 다음 편 예고

(6) – 네덜란드: 스마트홈이 노인을 돌보는 나라

스마트홈 기술과 AI를 결합한 생활 밀착형 복지 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는 네덜란드. 이들은 독거노인의 자율성과 안전을 어떻게 동시에 보장하고 있을까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이탈리아: 고령화와 AI, 지속 가능한 복지 국가의 재설계
이탈리아: 고령화와 AI, 지속 가능한 복지 국가의 재설계

🇮🇹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6) 

이탈리아: 고령화와 AI, 지속 가능한 복지 국가의 재설계

"기술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보완하는 기제로서 작동해야 한다." – 이탈리아 사회복지부 정책문서(2024)


1. 이탈리아의 고령화 구조: 인구학적 전환의 구조적 진단

이탈리아는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약 24.1%에 도달했으며, 이는 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통계청(ISTAT)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이 비율은 3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고령자 인구구조가 국가의 사회경제적 시스템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전환을 요구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탈리아의 고령화는 단순한 출산율 저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평균 기대수명의 연장, 청년층의 대도시 집중과 농촌 유출,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가족구조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령자는 기존의 가족 중심 돌봄 체계로부터 단절되는 경우가 많으며, 공공 돌봄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의료 접근성의 지역 간 편차는 이탈리아 남부 및 도서 지역에서 심화되고 있으며, 디지털 격차 역시 고령자의 정보 접근권과 공공 서비스 이용 능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 AI 기술의 복지 통합 전략: 기술은 조력자여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고령화 대응의 일환으로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복지체계에 단계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기술 도입은 효율성 향상을 위한 목적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돌봄의 질을 높이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 스마트홈 시스템의 표준화: AI와 연동된 환경 감지 센서를 통해 고령자의 낙상, 이상 행동, 호흡 정지 등을 실시간 감지하고 응급 대응 체계와 연계하는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 정서보조 인공지능 로봇: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고령자를 위한 AI 기반 대화형 로봇이 요양시설과 재가 환경에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인지 기능 보조 및 정서적 안정 유도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 웨어러블 기기와 공공의료 연계: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고령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공공의료시스템과 연동하는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질병의 조기 경고 체계가 가능해지고,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술 도입 시 고령자의 디지털 감수성과 사용 편의성을 고려한 UX/UI 설계가 강조되고 있으며, 정부는 고령 친화적 기술 인증제도 도입을 위한 표준화 논의를 진행 중이다.


3. 디지털 포용 정책: 기술 접근의 사회적 정의 구현

고령자의 디지털 접근성과 활용 능력을 보장하는 것은 이탈리아 복지체계가 지향하는 포용적 사회 구현의 전제 조건이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다양한 수준에서 디지털 포용 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방정부와 협력해 지역 간 편차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 **디지털 시민학교(Cittadinanza Digitale)**는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디지털 문해 교육을 실시하며, 단순 사용법 전달을 넘어 보안 인식, 공공 서비스 접근성, 온라인 금융 실습까지 포함하는 통합형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 공공기관 디지털 도우미 제도는 각급 행정기관 내에 디지털 취약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담 직원을 배치하여, 민원 시스템 사용, 예약 및 인증절차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 디지털 거점 마을(Punti Digitali) 프로젝트는 정보 접근 불균형이 심각한 농촌 및 고립 지역에 디지털 센터를 구축하여, 초고령 지역 주민들이 공공 데이터와 기술 서비스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탈리아는 이러한 정책을 단순한 정보화 교육이 아닌, 디지털 시민권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설계하고 있으며, 이는 복지국가의 정의와 밀접하게 연계된다는 점에서 높은 정책적 정당성을 가진다.


4. 기술윤리와 복지철학: 연대의 원칙과 디지털 전환의 경계

이탈리아 복지정책의 철학적 근간은 '연대(solidarietà)', '자율성(autonomia)', '존엄성(dignità)'에 기반하고 있으며, 기술 도입 시에도 이 가치들을 보존하는 것이 핵심 원칙이다. 특히 AI 기술의 도입은 다음의 윤리적 원칙 하에 제한적으로 설계된다.

  • 의사결정 주체로서의 고령자: 기술은 돌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고령자의 선택과 참여를 전제로 작동해야 하며, 기술 사용 여부와 범위는 전적으로 사용자에 의해 설정될 수 있어야 한다.
  • 데이터 보호 및 정보주권 보장: AI 및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데이터 수집은 GDPR 원칙에 기반하며, 고령자의 사생활 침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위험 민감 정보 보호 조항이 강화되고 있다.
  • 기술의 보조성(subsidiarity): 가족, 지역사회, 인간 돌봄 관계가 우선이며, 기술은 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이는 윤리적 설계 기준의 핵심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5. 결론: 기술과 복지의 동행, 이탈리아가 설계하는 미래

이탈리아의 고령사회 대응 전략은 단순히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방어적 조치가 아니라, 사회계약의 재구성과 복지국가의 진화를 위한 실천적 실험으로 평가된다. 기술은 수단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연대를 지키기 위한 복지 정책의 확장 기제로 기능해야 한다는 인식이 명확하다.

  • 기술은 고령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되, 그들의 삶을 통제하거나 수단화하지 않아야 한다.
  • AI는 효율성을 넘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 복지의 디지털 전환은 인간 중심 철학과 지역 공동체 기반 없이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이탈리아 모델은 한국을 포함한 고령사회 진입 국가들에게 기술과 복지의 통합이 가지는 철학적, 구조적, 실천적 의미를 되묻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5)-프랑스: 고령화와 AI, 새로운 사회계약을 향하여

프랑스: 고령화와 AI, 새로운 사회계약을 향하여
프랑스: 고령화와 AI, 새로운 사회계약을 향하여

"기술은 인간을 위한 것이며, 인간 중심의 사회를 위한 것이다."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1. 고령화와 저출산: 프랑스 인구 구조의 변화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1.68명으로, 2010년의 2.03명에 비해 뚜렷하게 하락했습니다. 동시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프랑스 통계청(INSEE)은 2050년까지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3%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구 구조의 문제를 넘어 연금 재정, 의료 서비스 확장, 노동시장 재편, 세대 간 재정 부담 등의 광범위한 문제와 연결됩니다. 특히 도시와 농촌 간 인프라 격차는 고령자 복지에 있어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 문제를 '사회 구조 재설계의 기회'로 보고 있으며, 고령자 주거 환경 개선, 고령친화 도시 인증, 교통 약자 지원 정책 등을 다각도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2. 국가 AI 전략과 고령사회 대응의 접점

프랑스는 2018년부터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주권을 확보하고자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1~2025년 제2차 AI 전략에서는 총 20억 유로의 예산이 배정되었으며, 이를 통해 교육, 연구개발, 산업, 복지 등 전방위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 AI 전문 인력(석·박사) 양성 프로그램 강화
  • 공공-민간 공동 AI 연구 허브 설립
  • 의료, 교육, 스마트시티 분야에 전략적 투자

2023년 출범한 '프랑스 인공지능위원회'는 AI 윤리, 데이터 개방, 디지털 포용 원칙 수립 등 핵심 과제를 이끌고 있으며, 고령자 돌봄 기술에도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반 자가진단 헬스 챗봇, 인지 기능 보조 알고리즘은 주요 공공 의료기관과 협력해 실증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3. 고령자 돌봄과 기술 통합 사례

프랑스는 고령자의 자립성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AI, IoT 기반 기술을 복지 현장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웨어러블 디바이스: 낙상 감지,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위치 추적
  • 인지 보조 앱: 대화형 UI를 기반으로 한 기억력 트레이닝 및 정서 안정 콘텐츠 제공
  • 스마트홈 시스템: 음성 제어 조명, 원격 진료 연결, 실시간 응급 경보 기능

또한, 로봇 반려동물이나 감정 인식 AI 장치를 고령자 복지시설에 시범 도입해 사회적 고립 완화 및 심리 안정 효과를 검증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할 가능성도 검토 중입니다.


4. 디지털 포용 정책: 모두를 위한 기술

프랑스 정부는 기술 발전이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지털 포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디지털 튜터 프로그램: 청년과 고령자를 1:1로 연결해 스마트기기 활용을 지도
  • 지역 디지털 센터: 기초 IT 교육, 공공앱 활용법, 전자결제 실습 등 제공
  • 디지털 기본 접근권 강화: 인터넷 요금 감면, 공공 Wi-Fi 확충 등

더불어, '디지털 기본소득' 개념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고령자의 정보접근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 절차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5. 인간 중심 기술 철학과 연대의 가치

프랑스는 기술을 단지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아닌, 인간 존엄성과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인식합니다. 특히 고령자 대상 기술 설계에서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합니다:

  • 직관적 사용자 경험: 디지털 약자를 고려한 설계
  • 프라이버시 중심 설계: 데이터 최소 수집, 사용자 동의 기반 운영
  • 자율성 보장: 기술은 통제하지 않고 조력하는 방향으로 제한

이는 프랑스 디지털 복지 정책의 핵심 철학이자, 기술 진보가 포용적 사회로 이어지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평가됩니다.


6. 결론: 프랑스 모델이 주는 시사점

프랑스는 고령화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한 시대적 전환점으로 바라봅니다. 기술과 복지, 교육, 시민 참여가 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고령자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파트너
  • 돌봄은 복지의 끝이 아닌, 사회 통합의 시작
  • 디지털 접근권은 현대 시민의 기본권

이러한 프랑스의 접근은 한국을 포함한 고령화 국가들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으며, 기술과 복지를 결합한 포용적 모델 구축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4) – 독일: 고령화와 AI,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도전

독일: 고령화와 AI,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도전
독일: 고령화와 AI,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도전

"고령화는 위기인가, 기회인가? 독일은 기술과 정책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1. 고령화가 드러낸 연금제도의 한계와 구조 개편

2025년 현재, 독일 인구의 약 20%는 67세 이상의 고령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유럽에서도 높은 비율에 해당합니다. 이미 2010년대 초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독일은 지금,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제도의 개편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공적 연금은 '분배 방식(Pay-As-You-Go)'으로, 현재 근로 세대가 은퇴 세대의 연금을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증가로 인해 이 제도는 점점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장기적인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정년 연장, 민간 연금 확대, 재고용 장려 정책은 물론, 플랫폼 노동자나 비정형 근로자도 포괄하는 연금제도 개편안을 병행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60년까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는 독일 연방통계청의 전망은, 고령자 경제활동 유지의 필요성을 뒷받침합니다.


2. AI와 스마트 복지의 전환점 – Pflege 4.0의 실험

독일은 'Pflege 4.0'을 중심으로 고령자 돌봄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술을 통합하는 전략을 실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자립 가능한 노후'를 지원하는 시스템 전환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홈에 적용된 기술은 낙상 감지, 응급 호출, 복약 알림 등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일상적 건강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까지 수행하며, 원격의료 플랫폼과 연동됩니다. 이를 통해 고령자의 안전성과 자율성은 물론, 간병인의 물리적·정서적 부담을 동시에 완화하고 있습니다.

 

독일 주요 대학과 공공기관은 치매 조기 진단 AI, 인지 기능 보조 알고리즘, 정서적 교류를 유도하는 가상 동반자 로봇 등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공공 의료보험 체계 편입 여부를 두고 논의 중입니다.

또한, AI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은 지역별 건강 편차를 수치화하여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 자원 분배와 예방 중심 돌봄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 고령자의 사회참여와 디지털 역량 강화

독일은 고령자의 사회참여를 단지 경제적 대안으로 보지 않습니다. 은퇴 이후 삶의 주체성 유지, 공동체와의 연결, 자아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로 간주합니다.

 

정년 연장 외에도 고령자를 위한 파트타임 공공근로, 사회복지 및 교육 분야 자원활동 등 다양한 참여 기회가 마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참여는 노인의 정신 건강과 사회 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디지털 역량 격차 해소를 위한 'Digital-Kompass' 플랫폼은 고령자 대상의 기초 IT 교육, 보안 인식 훈련, 디지털 자조 모임 형성까지 지원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디지털 친구'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과 고령자를 1:1로 매칭하여 상호학습과 정서교류를 동시에 유도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고령자를 단순히 디지털 소비자가 아닌, ‘생산과 참여의 주체’로 전환하는 전략을 통해 기술 포용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AI 교육, 디지털 창업 지원, 평생직업훈련 등으로 연결되는 생애주기형 정책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4. 기술 강국의 철학이 반영된 복지 기술

벤츠, BMW, 아우디 등으로 상징되는 독일의 기술 정체성은 복지 분야에서도 일관되게 반영됩니다. 독일 사회는 복지 기술에서도 ‘정밀함’, ‘지속 가능성’, ‘안정성’을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개발되는 돌봄 로봇, 스마트 복지 기기는 모두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자율성, 심리적 안정감 등을 설계 기준에 포함하며, 고령자의 실제 생활 흐름을 고려한 ‘생활 동선 기반 설계’가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지 않으며, 반드시 ‘조력자’로 설계된다는 원칙 아래 윤리 기준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이는 독일 복지 기술이 ‘기능’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5. 역사적 맥락이 만든 복지국가의 윤리적 기반

두 차례 세계대전과 동서독 분단이라는 경험을 지닌 독일은, 복지를 단순한 혜택이 아닌 ‘국가가 국민에게 보장해야 하는 기본 권리’로 재정의해 왔습니다. 이는 고령화 정책에도 일관되게 반영되어, 고령자는 보호 대상이 아닌 '사회적 자산'으로 여겨집니다.

 

사회적 합의와 공정성을 중시하는 독일은 세대 간 연대를 바탕으로 한 연금 개혁, 의료 공공성 유지, 디지털 복지 접근권 확대 등을 추진하며, 최근에는 ‘디지털 인권’ 개념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방정부 단위에서 운영되는 '노인 참여 위원회'는 고령자가 정책 설계에 직접 참여하는 통로로 기능하며, 이는 복지의 대상이 아닌 '복지의 주체'로서의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6. 결론: 기술과 인간 중심 철학이 공존하는 고령사회 모델

독일은 기술적 진보와 복지국가의 철학을 동시에 추구하며, 고령화 문제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 기반 기술, 자동화 시스템은 고령자의 삶을 지원하는 도구로 기능하며, 그 기반에는 오랜 사회적 신뢰와 제도적 합의가 존재합니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독일의 복지철학은, 고령사회가 단지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닌, 사회의 품격을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다음 편에서는 프랑스의 고령화 대응 전략과 기술 활용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복지와 공동체 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3) – 스웨덴: 기술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나라

스웨덴: 기술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나라
스웨덴: 기술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나라

"인간의 존엄은 나이와 상관없이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기술은 그 존엄을 지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스웨덴의 초고령화 진입과 복지 정책의 변화

2025년 기준, 스웨덴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2%를 차지하며 초고령사회로 분류됩니다. 2030년에는 80세 이상 인구 비율이 7.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단순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재구조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입니다. 의료, 돌봄, 주거, 고용, 교육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대응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히 복지정책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스웨덴은 이러한 구조적 도전에 대해 '기술과 복지의 통합'이라는 철학적 접근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고령자를 단지 보호 대상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서 능동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자율성과 선택권을 중심에 둔 정책 설계는 고령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존엄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돌봄 시스템

1992년 '아델 개혁' 이후, 스웨덴은 고령자 돌봄의 중심축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했습니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은 독립적인 자원 배분과 정책 설계를 가능하게 되었으며, 주민 밀착형 돌봄 서비스가 확산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시스템 하에서는, 노인이 돌봄 서비스를 요청하면 지방정부의 다학제 팀—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이 개인의 건강 상태와 삶의 조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맞춤형 케어플랜'을 수립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의료적 판단이 아니라, 개인의 선호와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조율됩니다.

특히, 스웨덴은 '가능한 한 오래, 자신의 집에서'라는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스마트홈 기술과 원격의료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응급 호출, 낙상 감지 센서, 약 복용 알림 기능 등을 갖춘 시스템은 고령자의 자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돌봄 환경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정서적 돌봄과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커뮤니티 기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며, 이웃 돌봄 네트워크, 노인 동아리, 지역 봉사활동 등이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또 다른 축이 되고 있습니다.


핑거 모델(FINGER Model): 예방 중심의 치매 대응 전략

스웨덴은 핀란드와 공동으로 '핑거(FINGER) 모델'을 개발하며, 치매 예방 분야에서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이 모델은 다요소 중재 방식을 바탕으로, 생활습관의 총체적 개선을 목표로 합니다.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균형 잡힌 식단과 영양 교육
  • 규칙적인 유산소 및 근력운동 프로그램
  • 정기적인 인지기능 훈련
  • 사회적 활동 참여 촉진
  •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위험요소의 통합적 관리

이 모델은 임상시험 결과, 치매 고위험군의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데 있어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고, WHO와 미국 NIH, 싱가포르,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되어 ‘World-Wide FINGERS’라는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이 모델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맞춤형 건강관리 시스템을 실용화하고 있습니다. 고령자는 스마트워치나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건강관리 루틴을 안내받고, 정기적인 피드백을 통해 생활 습관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고위험군에게는 개인 맞춤 운동 알림, 식사 기록, 인지 자극 콘텐츠까지 자동 제공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시스템이 단지 치매 예방에 그치지 않고, 노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복지 기술로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고령화 국가들이 지역 기반 건강 돌봄 체계를 설계할 때 매우 유용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스웨덴과 일본의 고령자 일자리 정책 비교

스웨덴과 일본은 고령자의 경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공통점을 갖지만, 정책 설계의 철학과 실행 방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일본은 빠르게 진행된 고령화와 청년 인구 감소로 인해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였고, 이에 따라 고령자를 '대체 인력'으로 포지셔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정년 연장, 재고용 제도, 고령자 고용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의 방식은 '필요에 의한 고령자 고용'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반면, 스웨덴은 '노년에도 사회적 소속감과 주체적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령자의 활동 영역을 다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규직 유지보다는 유연한 일자리, 시간제 근무, 자원봉사, 사회적 기업 참여 등을 통해 고령자가 사회와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게 합니다.

 

더불어 스웨덴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평생학습 플랫폼, 고령자 대상 재직업훈련 시스템을 공공 인프라 수준에서 제공하며, 기술 격차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개입하고 있습니다.

 

실버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웨덴은 노인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획할 수 있는 이용자로 정의하며,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고령자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정책 설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술과 복지가 함께 만드는 노년의 미래

스웨덴의 고령화 대응 전략은 기술의 활용에서 시작해, 그것을 삶의 철학과 사회구조 전체에 연결시키는 과정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술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위한 수단이 아닌, 사회적 연대를 지지하는 기제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스웨덴이 주목하는 것은 기술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가입니다. 돌봄 로봇도, 스마트홈도, AI 기반 건강관리 시스템도 결국 고령자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이며, 이는 고립이 아닌 참여, 의존이 아닌 자립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웨덴은 기술을 통한 ‘배제 없는 복지’를 실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보편적 권리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공공 접근성, 교육,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독일의 사례를 통해, 노동과 복지가 만나는 새로운 고령화 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사회적 연대와 기술 혁신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확인해봅시다.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2) – 가장 먼저 늙은 나라, 일본

가장 먼저 늙은 나라, 일본
가장 먼저 늙은 나라, 일본

"기술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혹은 돌봄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

일본, 가장 먼저 늙은 나라

2025년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전체 인구의 약 30%가 65세 이상으로, 약 3,625만 명에 달합니다. 특히 2025년은 일본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는 해로, '2025년 문제'라고 불리는 구조적 고령화 사회의 전환점을 의미합니다. 일본은 요양 및 돌봄 인력이 2040년까지 약 1,100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며, 고령자 복지의 미래를 기술과 사회 시스템 개혁에 기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5년부터 로봇 돌봄 기기를 공공 요양보험에 포함시키는 시범정책을 도입했고, 민간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들은 앞다투어 새로운 돌봄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논란과 함께,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보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 / WHO 고령화 보고서

 

특히 지방에서는 청년층 유출과 저출산의 영향으로 ‘노인만 남은 마을’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시코쿠 지방의 나고로(Nagoro) 마을은 실제 주민보다 마네킹 인형 수가 더 많으며, 이는 공동체 해체와 정체성 상실이라는 사회적 위기를 상징합니다.


로봇이 일상이 된 요양 현장

일본 후쿠오카현의 한 요양시설에서는 매일 아침 로봇 ‘페퍼’가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오늘 날씨가 맑네요. 스트레칭부터 해볼까요?” 페퍼는 체조를 지도하고 대화를 나누며,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장면은 일본 전역의 요양 현장에서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주요 로봇 돌봄 기술 사례

  • 페퍼(Pepper):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에서 개발한 감정 인식 로봇.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고립감을 완화하고, 체조나 퀴즈를 통해 인지 자극을 유도합니다. 치매 초기 환자의 정서적 자극 도구로도 활용됩니다.
  • 로베어(Robear):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에서 개발한 간병 보조 로봇. 노인을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요양보호사의 신체적 부담을 줄입니다.
  • 파로(Paro): 물범 인형 형태의 정서 케어 로봇. 촉각과 소리에 반응하며 치매 환자의 정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HAL (Hybrid Assistive Limb): 사이버다인(Cyberdyne)이 개발한 외골격형 착용 로봇. 사용자의 신경 신호를 인식하여 움직임을 보조하고, 재활치료나 낙상 예방, 보행 능력 개선에 활용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히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돌봄의 파트너로서 간병 노동의 부담을 덜고 정서적 공백을 메우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로봇 돌봄의 한계와 과제

기술이 돌봄의 가능성을 확장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의 로봇 돌봄 시스템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도 존재합니다.

  • 고비용: 로봇 개발 및 유지비용이 높아, 중소 규모 시설에는 현실적인 도입 장벽이 존재합니다.
  • 정서적 교감의 부족: 로봇은 감정을 흉내낼 수 있으나, 인간 고유의 공감 능력과 맥락 이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기술 격차: 도심과 지방 간의 인프라 차이로 인해 기술 도입 속도와 범위에 큰 격차가 존재합니다.
  • 사용자 수용성: 고령자 모두가 로봇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며,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나 사용법 학습의 어려움도 문제입니다.

기술은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닌, 제도와 문화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하나의 구성 요소입니다.


고령자의 사회참여와 일의 복지화

기술은 단지 돌봄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노인의 삶을 더 오래 자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보완하는 기술은 고령자의 사회활동과 노동 참여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기술은 돌봄의 도구이자, ‘쉴 권리’뿐 아니라 ‘계속할 권리’를 지키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고령화 대응은 노인을 단지 보호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활동의 주체로 바라보려는 흐름과 연결됩니다. 70세 이상의 고령자 중 상당수가 여전히 일터에 있으며, 기업들은 고령 근로자를 위한 맞춤형 업무 환경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남성 노동참여율은 51.8%로, 미국(31.4%) 등 주요 국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일본의 지방 자치단체들은 고령자 전담 일자리 센터를 운영하고, 텃밭 가꾸기, 통학 보조, 커뮤니티 안내 등 지역 기반의 일거리를 통해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인의 자존감 회복과 공동체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돌봄의 미래를 다시 묻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에 직면하고, 로봇 기술을 복지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나라입니다. 그들의 실험과 시행착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곧 겪게 될 미래를 일본은 먼저 살아내고 있는 셈입니다.

 

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도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봄이란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 정서적 교감, 공동체 속 온기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 해도, ‘기다려주는 마음’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이 글을 읽는 우리는 지금 부모님의 노후를 걱정하거나, 머지않아 자신의 노년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노후를 꿈꾸고 있나요? 누가 우리를 돌보고, 우리는 누구를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요?

 

기술은 돌봄의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지만, 그 방향은 철저히 인간 중심이어야 합니다. 일본의 사례는 기술이 돌봄의 미래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이며,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스웨덴의 고령화 대응 사례를 살펴봅니다. 기술과 복지를 ‘권리’로 설계한 북유럽 모델에서 우리는 또 다른 해답의 조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1) – 우리는 모두 늙는다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1) – 우리는 모두 늙는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그러나 그 늙음이 고립이 아닌, 존엄과 연결로 이어지기를."

 

2025년. 한국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깨어 눈을 뜬 독거노인 A씨는 하루 종일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다 식은 국 한 그릇을 데워 먹고, 라디오를 틀어놓은 채 오후를 보냅니다. 그는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하루, 그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처럼 점점 더 많은 노인들이 사회적 고립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지역에 따라선 3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보다 더 무거운 사실은, 이들이 노년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입니다.

 

고령사회는 돌봄, 의료, 노동, 주거, 연결성 등 모든 사회 시스템의 구조를 다시 묻는 거대한 질문입니다.

과연, 우리는 잘 늙어갈 수 있을까요? 아니, 누군가의 노년을 잘 돌볼 수 있을까요?

 

고령화 문제는 복지의 문제이자, 인간 존엄에 대한 물음입니다. 노년을 가족의 효도와 개인의 몫으로 치부해왔던 과거의 관점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가족 중심의 돌봄 구조는 여성과 중년 자녀 세대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며, 노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돌보는 이들의 삶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여전히 너무 많은 것을 가족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기술입니다. 예컨대, 일본 가나가와현에서는 고령자 요양시설에 '페퍼'라는 감정 인식 로봇을 배치해,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운동을 지도하며 정서적 돌봄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부담을 줄이고 돌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돌봄의 책임을 개인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기술로 분산시키려는 시도가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로봇,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고, 때로는 정서적 외로움까지 감지하려 합니다. 하지만 기술이 만능일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기술이 인간적인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가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인간이 약하고, 도구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AI 기술 또한 지금의 사회에서 또 하나의 '불'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도구이자, 돌봄을 확장하는 가능성의 상징입니다. 다만, 그 불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이 시리즈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은 전 세계가 어떻게 늙음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대응 속에서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이는 단순한 사회 문제나 산업 동향을 넘어, 곧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고, 나 자신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기술과 복지를 함께 바라보는 눈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갈 노년의 조건이 바로 오늘의 선택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일본, 스웨덴, 독일, 한국 등 다양한 고령사회의 실험을 통해 우리는 다음의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 기술은 노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 돌봄의 공공성과 효율성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 우리는 어디까지 기술에 의존할 수 있으며, 어디서 인간이介入해야 하는가?

이 시리즈는 단지 정보를 나열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구든 – 누군가의 자녀, 보호자, 그리고 미래의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 이 이야기가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길 바랍니다.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노년이 단지 생존이 아닌 ‘존엄’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 다음 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에 직면한 나라, 일본의 사례를 통해 AI 돌봄 로봇이 어떻게 실험되고 있으며, 그 한계와 가능성은 무엇인지를 살펴봅니다.

돌봄의 미래가 궁금한 이들에게 유익한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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