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1) – 우리는 모두 늙는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그러나 그 늙음이 고립이 아닌, 존엄과 연결로 이어지기를."
2025년. 한국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깨어 눈을 뜬 독거노인 A씨는 하루 종일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다 식은 국 한 그릇을 데워 먹고, 라디오를 틀어놓은 채 오후를 보냅니다. 그는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하루, 그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처럼 점점 더 많은 노인들이 사회적 고립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지역에 따라선 3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보다 더 무거운 사실은, 이들이 노년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입니다.
고령사회는 돌봄, 의료, 노동, 주거, 연결성 등 모든 사회 시스템의 구조를 다시 묻는 거대한 질문입니다.
과연, 우리는 잘 늙어갈 수 있을까요? 아니, 누군가의 노년을 잘 돌볼 수 있을까요?
고령화 문제는 복지의 문제이자, 인간 존엄에 대한 물음입니다. 노년을 가족의 효도와 개인의 몫으로 치부해왔던 과거의 관점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가족 중심의 돌봄 구조는 여성과 중년 자녀 세대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며, 노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돌보는 이들의 삶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여전히 너무 많은 것을 가족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기술입니다. 예컨대, 일본 가나가와현에서는 고령자 요양시설에 '페퍼'라는 감정 인식 로봇을 배치해,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운동을 지도하며 정서적 돌봄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부담을 줄이고 돌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돌봄의 책임을 개인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기술로 분산시키려는 시도가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로봇,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고, 때로는 정서적 외로움까지 감지하려 합니다. 하지만 기술이 만능일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기술이 인간적인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가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인간이 약하고, 도구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AI 기술 또한 지금의 사회에서 또 하나의 '불'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도구이자, 돌봄을 확장하는 가능성의 상징입니다. 다만, 그 불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이 시리즈 《늙어가는 세계, 깨어나는 기술》은 전 세계가 어떻게 늙음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대응 속에서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이는 단순한 사회 문제나 산업 동향을 넘어, 곧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고, 나 자신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기술과 복지를 함께 바라보는 눈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갈 노년의 조건이 바로 오늘의 선택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일본, 스웨덴, 독일, 한국 등 다양한 고령사회의 실험을 통해 우리는 다음의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 기술은 노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 돌봄의 공공성과 효율성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 우리는 어디까지 기술에 의존할 수 있으며, 어디서 인간이介入해야 하는가?
이 시리즈는 단지 정보를 나열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구든 – 누군가의 자녀, 보호자, 그리고 미래의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 이 이야기가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길 바랍니다.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노년이 단지 생존이 아닌 ‘존엄’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 다음 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에 직면한 나라, 일본의 사례를 통해 AI 돌봄 로봇이 어떻게 실험되고 있으며, 그 한계와 가능성은 무엇인지를 살펴봅니다.
돌봄의 미래가 궁금한 이들에게 유익한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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